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2008년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10년 즉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과 연습을 하면 최고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칙은 오늘날 논란의 여지가 있고,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핵심은 ‘꾸준히’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하게도 2008년 1월 2일날 처음으로 저는 아피톡신 봉독을 첫 환자에게 시술했습니다.
저의 단골 여성 환자였는데 허리가 만성적으로 아파 그 이전에도 자주 치료를 받으러 오시던 분이였는데요, 이 환자분에게 봉독이라는 치료법이 있고, 이 방법이 단순한 근육통 이상의 통증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고 첫 시술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첫 봉독 시술 환자여서 알레르기 스킨 테스트(Allergic Skin Test)를 시행했고, 결과는 안전한 걸로 나와서 추가 봉독을 시술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다음 날이나 늦어도 2일 후에 내원을 주지시켰는데, 그 후 몇 날 며칠을 지나도 안 오시는 겁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 갔습니다. 나중에 반전이 있습니다!

그 다음 날 젊은 남성 환자에게 두 번째 봉독 시술을 했습니다. 컴퓨터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것으로 기억나는데, 어쨌든 손목 관절이 아파서 오셨고, 역시 알레르기 스킨 테스트를 포함해서 시술을 했습니다.
시술했던 날이 토요일이었고 그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이 환자가 몹시 화난 얼굴로 대기실에 앉아 계셨습니다.

상담을 해보니 봉독 시술을 한 토요일 오후에 손목이 너무 아프고 붓고 벌게지고 심장도 너무 빠르게 뛰는 등 그 고통이 심각했고 참다가 참다 응급실로 가서 봉독 해독 주사와 약물을 복용했다는 겁니다. 거짓말 않고 주먹이 거의 머리만큼 부었다고!

그 다음 세 번째 봉독 시술 환자도 몹시 가려워서 고생했다는 반응이 또 그 며칠 뒤 발생했습니다.

그 뒤 약 6개월 인가 지나서 위에서 말한 저의 첫 봉독 시술 환자가 오셨습니다. 그 분의 어머니와 함께 오셔서 기력 회복을 돕는 보약을 지으셨는데, 제가 봉독 시술하고 그 뒤로 왜 안 오셨냐고 여쭤보니, 1주일 간 온 몸에 몸살이 나고 두드러기가 나서 무서워서 못 오셨다는 겁니다.

 

이 쯤 되니 아피톡신 봉독 시술을 저의 한의원에서 계속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 환자분 말씀이,
“그런데 그 뒤로 지금까지 허리 통증이 완전(?) 없어졌어요!”

 

그 뒤로도 가끔히 아마 1년에 1-3건씩 봉독의 아급성 과민반응이 나서 심장을 쫄깃하게 하기도 하고, 중증 류마티스 환자에게 서양 약물요법을 중단하고 봉독시술을 권했다가 그 환자분을 며칠간 무척 고생하게 만들기도 했고, 반면 평지도 못 걷던 퇴행성 무릎 관절염 할머니가 가볍게 등산도 할만큼 호전되기도 했고 또 막창집 사장님 허리 디스크도 치료하기도 하는 등 참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봉독이 저를 들었다 놨다 했네요.

이렇게 12년, 올 해 2020년이면 만 13년 째 아피톡신 봉독을 지금까지 임상에서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거칠게 계산해보니 1년에 300일 하루 8시간 진료했는데(4년 전까지는 야간진료도 주 2-3회씩 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을 진료했을 겁니다만) 그 중 4시간 정도만 봉독 시술을 했다고 치면, 300일 x 4시간 x 12년 = 14,400시간 동안 봉독을 했던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2년간은 봉독에 대한 아급성 과민반응도 생기지 않았네요.

“1만 시간의 법칙”에 비추어 본다면, 이제 속칭 봉독의 ‘만렙(Full Level)’이라고 봐도 괜찮겠지요. 최소한 봉독에 대해서는 ‘쪼렙’은 더이상 아닐 것 같습니다!

 

아피톡신 봉독은 자연이 인간에 준 소중한 선물 중 하나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앞으로도 열심히 치료하겠습니다.

 

작성자 : 황태현 한의학박사 – 365데이한의원 제2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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